"우와 조회수가 100만이 넘었네..."
2006년 초, 당시 서든어택 잽(ZaP)클랜의 마스터였던 김철균씨는 낮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클랜원들과 함께 재미삼아 만든 <서든어택>의 동영상이 놀랍게도 조회수 100만을 넘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네티즌들의 반응에 신기함과 놀라움이 교차했다. 그러나 단순히 '재미있겠다'는 이유에서 흥미로 만든 이 동영상이 2년 후, 자신의 진로를 바꿔 놓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당시의 클랜 마스터 김철균씨에게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클랜마스터시절 만든 동영상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게임하이㈜로 입사하게 된 김철균씨,
머드포유가 직접 그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게임, 음악,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레인보우식스, 서든어택 그리고 고고씽으로 이어지는 게임의 길
<서든어택>, <고고씽>,<데카론> 등의 게임을 개발한 게임하이㈜의 음향팀에는 '클랜마스터에서 UCC개발자로 스카웃'이라는 이색 경력의 김철균씨가 근무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최고의 인기 FPS 게임이었던 <레인보우식스>의 유명한 잽(ZaP)클랜의 일원이었던 김씨는 <서든어택>의 클랜 마스터를 거쳐 2008년 현재 게임하이㈜에서 프로모션 영상을 만들고 있는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2006년 김철균씨가 핸드폰 벨소리 회사에서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던 당시 그는 서든어택에서 부활한 잽(ZaP)클랜의 마스터를 맡았다.
6년만에 부활한 클랜의 마스터였던 만큼 클랜원들 간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계기가 필요했고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서든어택과 관련한 동영상을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구성원들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의도로 만드는 동영상이었던 만큼 많은 클랜원들이 참여하게끔 구성을 잡았다. 또한, 평소 음악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기에 직접 작곡한 음악도 삽입했다. 단순한 의도 였었다.
그러나 인터넷에 그 동영상이 올라가는 순간 너무나 잘 만들었다는 평가와 함께 신선하다는 반응으로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봐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조회수가 100만이 넘어갔더라고요. 놀라울 따름이었죠. 서든어택 측에서도 동영상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전화까지 받았어요. 심지어는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만들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2006년 엠엔캐스트에 소리 소문 없이 올려진 이 동영상은 당시 <서든어택>은 물론 FPS를 즐기던 사람 사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봤을 정도로 널리 퍼졌었다. 또한, 이를 만든 김철균 씨는 FPS유저들 사이에서 일약 유명인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그해 여름, 또 한번 <서든어택>의 유저들을 놀라게 할 수 있는 계기가 찾아왔다. <서든어택>이 여름 이벤트로 UCC 공모전을 개최한 것이다.
"한번 만든 경험도 있고 재밌겠다 싶어서 응모했어요. 당시는 여성 캐릭터가 처음 등장한 시기였기에 잔잔한 발라드 곡을 만들어 UCC에 삽입해 봤죠. 그런데 그게 덜컥 1위를 해버린 거예요. 상품으로 MP3플레이어와 10만캐쉬도 받았어요. 하지만 더욱 기쁜 것은 그 동영상이 저를 게임업계에 몸담게 해 주었다는 데 있었죠"
이처럼 그가 만든 동영상이 공모전에서 1위를 차지하자 <서든어택>을 개발한 게임하이㈜가 그의 능력을 인정, 'UCC제작자로서 같이 일해 보자'는 제의를 해왔다. 평소 게임을 즐겨 하기도 하고, 음악이나 UCC 제작에 관심이 많았던 그의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는 제안이었다.
결국 작년 9월 김철균씨는 게임하이㈜의 사운드 팀으로 입사, 현재 <서든어택>, <데카론>, <고고씽> 등의 프로모션 영상을 만들고 있다.
서든어택의 클랜 마스터, 벨소리 업체의 직원, 아마추어 작곡가 등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경력을 바탕으로 UCC를 만들어 평소 좋아하던 게임 개발사에 입사까지 하게 된 것이다.
■ 독학으로 배워온, 하지만 꼭 가고 싶은 음악의 길
김철균씨의 전공은 C++이나 CAD 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의 개발이었다. 그러나 음악을 좋아하던 그의 적성과는 도저히 맞지 않는 영역이었다. 군대를 제대한 이후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휴대폰 벨소리 업체에 취직한 이유도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다. 고등학교 때 밴드에서 어께너머로 배운 것 이상은 활동한 적도 없다고 한다. 말 그대로 취미생활 상의 음악이었다. 그런데 음악과 영상을 모두 섭렵해야 하는 게임 프로모션 영상을 만든다니, 어려운 점이 많이 않을까하는 의문도 든다.
"불행 중 다행이죠. 중학교 1학년때부터 작곡 프로그램을 다뤄 왔어요. 작곡을 하면서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빠져들기도 했었죠. 어렴풋이 ‘작곡하는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서든어택의 UCC를 만든 것도 이같은 바람에서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지금이 너무 좋아요"
게임음악을 제작하고 있는 이상 김철균씨에게 이제 음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 버렸다고 한다. 사실 음악을 너무 하고 싶어서 지인들과 함께 음반 기획사 사업자 등록도 낸적이 있을 정도로 음악에 대한 김씨의 열정은 남달랐다.
"게임과 함께 음악은 저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에요. 게임개발사에 몸담고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정규앨범을 발매할 계획도 준비하고 있어요, 첫 UCC에서 노래를 불러준 언더그라운드 가수 크론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죠. 지금은 회사생활을 하면서 기술을 쌓는데 전념하고 후에 자본금이 쌓이면 투잡으로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 영화에서 보던 멋진 인생. 그리고 독특한 사랑
김철균씨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면, 좋아하는 게임과 음악을 하면서 그것이 직업이 되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멋진 인생을 살고 있다. 주위에서 부럽다는 반응도 심심찮게 듣는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 것인가?
더구나 미술을 전공한 미모의 여자친구도 고고씽 UCC의 노래를 불러주거나 가이드 보컬을 해 주는 등 그의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사랑하는 애인까지 있어 마치 세상에 있는 모든 복을 혼자서 독차지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응이 나올 법 하다.

UCC내의 보컬 참여 등 많은 도움을 준 여자친구 박희연씨와 함께
"저는 지금의 여자 친구가 첫사랑이에요. 98년에 만났으니 9년째 만나고 있는 거죠. 서로에게 도움이 되려 노력하고 있고 삶의 일부처럼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결혼은 하지 않을 거예요. 아니, 결혼에 대한 강박관념이 없다는 것이 맞을 거예요. 굳이 결혼을 한다기보다 지금 하고 있는 연애를 열심히 하려 해요."
가진 자의 오만이라던가? 굴러들어온 복을 차낸다던가? 일과 사랑, 모두를 성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가 결혼은 하지 않을 거라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결혼 후에 많은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결혼보다는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연애도 그 중 하나죠. 다행히 여자친구도 저와 생각이 비슷해요. 아직 끝내지 못한 학업에 열중 하고 싶어 해요. 서로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고 헤어지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너 아니면 안돼’ 라는 생각 자체가 없다는 거예요. 결혼은 하지 않으려 하지만 만약 고려해 본다면 그것도 4~5년 후에나 가능할 거라 생각해요"
■ 이색적인 과거만큼, 이색적인 미래를 꿈꿔보고 싶다
이색적인 경력을 가진 만큼 연애관 또한 이색적인 김철균씨. 주위에서 들려오는 부럽다는 반응들을 일복이 많은 것이라며 흘려 넘기는 여유를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클랜원 간의 화합을 위해 만든 동영상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이라는 오해를 받을까봐 노심초사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자신이 삶의 일부라고 느끼는 애인이 있음에도 6개월간 의무적으로 동거를 해야 부부로 인정받는 나라의 예를 들어가며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연애관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리보나 저리보나 이색적이라는 말과 잘 어울리는 그의 행보만큼 앞으로 그가 꿈꾸는 미래또한 이색적이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위치에 충실하며 자신만의 미래를 열어가는 김철균, 앞으로 10년 후, 그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보는 것만 해도 즐겁지 않을까?
/임성윤 기자 Lsyoon@

독특한 사랑을 이어나가고 있는 김철균 박희연 커플, 연애만 하고 결혼은 안할 거란다.



